이 사진은 포탈라 레스토랑의 카페에서 업어 온 것입니다. 설마 저작권에 걸리지는 않겠지요?
명동에서 상당히 괜찮은 음식점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명동성당 맞은 편, YWCA 건물 우측의 골목(소위 액자골목)으로 조금 들어가다가 오른 편에 있는 포탈라 레스토랑입니다. 티베트, 네팔, 인도 음식전문점입니다. 필자로 말하자면 과거 회의 때문에 네팔에 가서 며칠 좋은 호텔에 머물면서 하루 세 끼를 네팔음식만 먹은 경험이 있기 때문에 나름대로 이 레스토랑의 음식이 좋다고 평가할 수 있는 권위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하하)
위의 사진과는 달리 실제 느낌은 좀 허름합니다만, 마치 집에라도 온 듯 굉장히 편한 분위기입니다. 흡연공간이 따로 있으니 흡연자에게도 비흡연자에게도 모두 좋은 식당입니다. 특히 사장님이 직접 주문도 받고 서빙도 하시는 데 굉장히 높은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습니다. 음식은 일 인당 만 원 조금 넘게 생각하시면 정말 배불리 먹을 수 있습니다. (만 원도 사실은 충분합니다. 제 경우엔 너무 과식했습니다.)
다만 평소에 네팔에서 온 이주노동자를 구박했거나 마음 속으로 경멸하는 생각을 하신 분들, 네팔이라는 나라를 좀 깔보고 계신 분들께는 비추입니다. 당신들은 이런 맛 있는 음식을 먹을 자격이 없거니와, 보나마나 잘 먹고 나서도 이래저래 트집을 잡을 게 분명합니다.
지난 목요일(2008년 10월 23일), 너무 힘들어서 집에서 쉬기로 했습니다. 뒹굴거리며 자다 보니 어느 새 비는 그쳤고, 잔뜩 흐린 하늘에는 구름 사이로 햇볕도 조금씩 비치고 있었습니다. 멀리 가기는 이미 늦은데다가 몸도 피곤해서 가까운 곳으로 바람이나 쐬러 가보기로 했습니다.
핸들 잡은 손이 가는대로 맡기다 보니, 늘 가던 코스로 접어 들었습니다. 카이스트에는 아직 예쁘게 물든 나무가 없더군요. 그래서 충남대로 들어 갔습니다. 충남대에서는 늘 호젓한 농대로 향합니다. 그래야 학생들에게도 덜 미안하고, 우리도 조용히 거닐 수 있습니다.
비가 와서 나뭇잎이 많이 떨어졌고, 아직 달려있는 나뭇잎들은 푸른 빛이 완연하더군요. 올해는 단풍이 예쁘게 든다는데, 여기는 아직 아닌가 봅니다. 하지만 건물 벽의 담쟁이덩굴은 이미 빨갛게 물들었습니다. 이미 늦은 오후, 해는 서쪽에 걸렸고, 하늘은 회색의 흐린 가을하늘 입니다. 조용한 교정을 잠깐 거닐면서 가을의 자락을 붙들어 보기 위해 애썼습니다.
하늘을 보니 저도 모르게 동물원의 노래 한 소절이 떠오릅니다.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지난 봄, 노래방에 열심히 들락거리며 불렀던 노래인데, 막상 가을이 오니 까맣게 잊고 있었습니다. 날씨가 너무 좋아서 잊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요?
떨어진 나뭇잎들은 동그랗게 원을 그리며 자기가 붙어있던 나무 밑에 모여 있습니다. 나무가 울긋불긋 멋지겠지만, 이렇게 떨어져 모여있는, 땅 위의 낙엽도 예쁘고 운치가 있습니다. 잠깐 걸으면서 잠시지만 세상의 일들을 잊어봅니다.
요즘 단풍철이라서 그런지 고속도로 휴게소에 들러보면 울긋불긋한 옷을 입은 단풍객들이 많이 보입니다. 그저 구경가는 거라면 좋겠는데, 때로는 술에 취해 소리소리 지르는 사람들도 많이 보입니다. 예쁜 단풍을 보고오면서 술에 취해 고함을 지른다면, 단풍은 뭐하러 보러가는 건지 잘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저희 부부는 본격적인 단풍관광을 갈 체력도 안되고, 부지런하지도 못한데다가 그런 분위기는 원래 질색입니다. 계룡산이 지척인 대전에 살면서도 한 번도 단풍철에 제대로 된 구경을 가 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단풍을 보는데 굳이 온 산을 물들인 장관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때로는 나무 한 그루 만으로도 가을을 감상하기에 충분하고 봄을 축하하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심지어는 저희가 사는 아파트 단지 내로 꽃구경을 가기도 합니다. 그렇게 해서 눈이 즐겁고 세상의 풍진을 조금이라도 씻어낼 수 있다면 훌륭한 가족여행이 아닌가요?
그런 점에서 아름다운 나무를 제공해주는 가까운 대학캠퍼스는 늘 고마움의 대상입니다. 봄에는 목련이 아름다운 카이스트가 있고, 가을에는 낙엽이 예쁜 충남대가 있습니다. 대학관계자들에게 조금 미안한 마음도 없지는 않지만, 주로 주말 한가한 시간에 방문하고, 최대한 조용히 있다가 오려고 애쓰고 있으니까 큰 피해는 주지 않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이 날 충남대 캠퍼스는 아직 물이 충분히 들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즐거운 시간을 제공해 주었습니다. 학생들이 별로 없어 너무 조용한 캠퍼스 한 구석은, 대학 캠퍼스 특유의 쓸쓸함과 어우러져 저희 부부에게 정말 가을의 냄새를 맡게 해 주었습니다. 이런 정취에 빠져 있다보면, 정말이지 세상 근심이 참 멀게만 느껴집니다.
2008년의 가을을 기념하기 위해 빠알갛게 물든 낙엽 세 장을 아내가 줏어 왔습니다. 언젠가는 예상하지 못한 시간에 튀어나와 우리 부부의 오늘을 추억하게 해주겠지요? 2008년 가을 여행: 총소요시간 - 1시간, 경비 - 주차료 500원. 이상입니다.
NIKON D100 | Aperture priority | 1/25sec | F/2.0 | 2008:10:21 07:51:31 원래 매우 어두운 사진을 흑백으로 변환.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mp3 그의 노래에는 '희망'이 노래되지 않았다. 그래서 그의 노래에는 우리가 살아가는 조금 더 '짙은 현실'이 담겨 있었다. 흐린 가을 하늘에 받을 이가 없는 편지를 한 없이 쓰고 지우며 삶의 절망을 노래했던 그에게서 나는 이 세상, 현재의 삶을 살아가는..
내가 그동안 읽은 수 많은 소설 중 가장 좋았던 것을 꼽으라면, 나는 크게 주저하지 않고 조반니노 과레스키의 '돈까밀로와 뻬뽀네'를 꼽을 것이다. 원제가 '작은 세상(piccolo mondo)'인 - 이번에 원제를 알게 되었다 - 이 소설은 단순히 재미있다는 말 만으로는 부족한 정말 정치에서 폭력까지 모든 것을 그 안에 가지고 있으면서도 따스한 시선으로 사람들을 바라보는 작가의 입장이 너무 마음에 들었던 책이다. 물론 폭소를 유발하는 그 유머러스한 필치는 더 말 할 나위도 없다.
과레스키가 단순한 유머작가가 아닌 것은 그의 경력만 보아도 금방 알 수 있다. 무솔리니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군대를 두 번째 다녀와야 했고, 이차대전이 끝난 후에는 거물정치가를 모독했다는 이유로 14개월간 투옥되기도 한다. 아무 생각 없이 재미를 위해 그의 글을 읽는 독자도 120% 만족하겠지만, 그의 글에는 늘 웃음 이상의 심오한 무엇이 있다.
그리고 최근에 그의 다른 작품, '까칠한 가족(Corrierino delle famiglie, 번역하면 가족신문쯤 되나? - 다시 확인해보니 맞군요.)'을 만나게 되어 기쁜 마음으로 읽었다. 과레스키 특유의 재담과 철학적 마구 나가기(!)는 이번에는 한 술 더 뜬다. 자신의 가족이야기를 가공하여 글로 만든 것인데, 정말 이런 가족이 존재한다면 아마도 난 미쳐 버릴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과장과 비틀기를 한꺼풀 벗겨놓고 보면, 사실 우리네 살아가는 모습 그 자체이기도 하다.
이 책이 1954년, 그러니까 우리로 따지면 한국전쟁 직후에 출간 되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무려 50년 만에 내 손에 닿은 셈이다. 그러나 이야기 하나하나는 전혀 예스럽지 않고 너무나 생생하다. 그리고 세상을 따스하게 바라보려는 그의 의지 역시 살아있다. 당신이 결혼해서 가정을 가지고 있다면 꼭 한 번 읽어보기를 권한다. 미혼이라면? 글쎄 어떤 반응을 보일지 잘 모르겠다. 만일 아직 '돈까밀로와 뻬뽀네'를 읽지 않았다면 만사를 제쳐놓고 읽어보시기를...